돌의 질감 속에 숨 쉬는 한국인의 초상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시대를 뛰어넘는 아련한 감동을 준다. 화려한 원색이나 과장된 붓질 대신,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한국의 화강암처럼 투박하고 두터운 질감(마티에르)으로 얹혀진 그의 화면은 마치 우리 땅과 우리 이웃의 피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제시된 작품 역시 박수근의 고유한 예술적 정수가 한데 집약되어 있다. 화면 중앙과 좌측을 가로지르는 검고 굵은 나무 줄기들, 그 뒤로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과 계단식 논밭,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우리 민족이 지녀온 삶의 서사와 정신적 원형을 웅변한다. 1. 화면을 지배하는 고목의 유려하고 강인한 곡선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