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문: 그림 앞에 서다]미술관의 차분한 조명 아래, 거대한 캔버스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간의 지층처럼 느껴졌다. 김환기 화백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였다. 액자 속에 갇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에너지는 유리벽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 가장 먼저 나를 압도한 것은 색이었다. 김환기 특유의 그 '푸른색'. 그것은 단지 하나의 파란색이 아니었다. 깊은 바다의 심연 같기도 하고, 어스름한 새벽녘의 공기 같기도 하며, 세월에 바랜 단청의 푸른빛 같기도 했다. 캔버스 전체를 지배하는 이 거대한 푸른 면은 작품에 깊은 공간감과 함께 묵직한 침묵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 펼쳐진 초록빛 바닥은 대지의 따뜻함을 머금은 채 위에 서 있는 존재들을 떠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