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그의 그림 앞에 섰을 때, 나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전율을 느꼈다. 캔버스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흰 소’의 형상은 단순한 물감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묵묵히 걸어가는 한 인간의 초상이자,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그를 비운의 천재, 한국의 고흐라 부르지만, 내게 이중섭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창조자다.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가슴을 이토록 시리게, 또 뜨겁게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이중섭 화풍’이라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 즉 서양화의 재료인 유화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동양의 전통적인 선(線)의 미학을 완벽하게 융합해 낸 그의 기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