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화가 이중섭의 이름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 형태가 바로 '은지화(銀紙畫)'입니다. 은지화는 담배갑 내부의 은박지에 선을 그어 그린 그림을 의미하며, 이중섭이라는 거장이 지독한 가난과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탄생시킨 독보적인 예술적 유산입니다. 해성아트베이의 전시실,에 은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금박지 한 장 앞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담배갑 속 가느다란 금박지에 송곳과 대못 끝으로 꾹꾹 눌러 그려 넣은 가느다란 선들. 유리 너머로 비치는 자그마한 금지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한 예술가의 뜨거운 호흡 그 자체였습니다. 전시장을 나와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홀린 듯 서점으로가 이중섭에 관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