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에서 마주한 대지의 침묵과 온기미술관 전시실의 잔잔한 조명 아래, 화려하고 거대한 서양화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관람객의 발걸음을 길게 멈추게 만드는 회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한 거장, 박수근(朴壽根, 1914~1965) 화백의 작품입니다.화면을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이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은 거친 화강암 표면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질감과, 그 위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서민들의 소박한 온기입니다. 그의 그림에는 과장된 자극이나 화려한 색채의 잔치가 없습니다. 회색, 황토색, 차분한 베이지색으로 이어지는 무채색 계열의 단조로운 톤 속에서, 화가는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중량감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정화하고 깊은 아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