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풍 및 미술사 이야기

[해성아트베이 방문기: 회장님께 선물 받은 달항아리 작품집과 꽃시장의 소박한 여운이 전하는 치유]

그림노트 2026. 9. 27. 20:56

1. 서론: 바쁜 일상 속에서 마주한 정서적 안식처, 해성아트베이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허기지고 정서적인 고갈을 느끼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화려한 인공의 빛과 자극적인 디지털 매체에 지쳐갈 때쯤, 내면의 깊은 평온을 되찾기 위해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해성아트베이(ARTBAY)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숨결부터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고미술품까지 다채롭고 깊이 있는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여 온 해성아트베이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소란스러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오롯이 작품과 관람객이 단둘이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습니다. 은은하게 드리운 조명 아래 전시된 수많은 명작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며 거닐던 중, 아주 뜻밖이고도 감사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해성아트센터의 회장님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소중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문화유산과 예술품들을 정성껏 수집하고 보존해 오며 느끼셨던 솔직한 소회와 함께, 예술이라는 존재가 팍팍한 우리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온기와 삶의 이유를 더해주는지에 대해 따뜻하고 진솔한 명언들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감동적인 대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회장님께서는 갤러리 방문을 기념하며 가슴 따뜻한 선물을 하나 품에 안겨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성아트센터의 대표적인 명품 작품집인 <‘선대가 물려주고 70년 수집’ 아름다운 나눔> 도록이었습니다.

  1. 회장님의 선물: 70년의 세월과 숭고한 집념이 빚어낸 아름다운 나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속에 훈훈한 온기가 차올랐고, 서재에 도착하자마자 회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도록을 정성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한동안 그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딥그린 바탕의 표지 중심에는 조선 시대 백자 미학의 정점이자 한국 고미술의 상징이라 불리는 '달항아리(백자대호)'가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해성 아트베이 회장님께 선물받은 화집

 

표지에 또렷하게 새겨진 ‘선대가 물려주고 70년 수집 - 아름다운 나눔’ 이라는 문장을 천천히 읊조려 보았습니다. 한 개인이 아닌 가문을 거쳐 7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무수한 풍파 속에서도 우리 문화유산을 묵묵히 지켜내고, 나아가 이를 개인의 소유로만 남겨두지 않고 세상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숭고한 집념과 문화적 사명감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도록 내부에는 회장님이 선대로부터 이어받아 70년간 정성껏 모아 온 한국 근현대 미술 명작들과 귀중한 고미술품들의 상세한 도판 및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곁에 두고 펼쳐볼 때마다 해성아트베이에서 느꼈던 깊은 예술적 감동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1.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지닌 조형적 미학과 '비움'의 철학
    달항아리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조선 시대에 주로 제작된 대형 백자 항아리로, 그 형태가 마치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닮았다고 하여 후대의 시인과 미술사학자들에 의해 붙여진 어여쁜 이름입니다. 지름과 높이가 40cm가 넘어가는 대형 도자기를 조선 시대의 기술로 물레 위에서 한 번에 차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도공들은 위아래 절반을 각각 따로 차올린 뒤, 윗사발과 아랫사발의 입구를 맞대어 하나로 이어 붙이는 고난도의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마 안의 거센 열기를 견뎌내며 유약과 흙이 숨을 쉬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세한 형태의 변형이 일어납니다. 좌우가 자로 잰 듯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고 어디인가 살짝 일그러진 듯한 곡선이 만들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완벽하지 않음' 속에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뿐인 자연스러운 조형미가 태어납니다. 서양의 도자기가 인공적인 대칭과 완벽한 정교함을 추구했다면, 우리 조선의 달항아리는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을 보여줍니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유려한 표정을 보여주며, 잘 부풀어 오른 어깨 라인과 굽으로 내려오는 수려한 곡선은 넉넉한 모성(母性)의 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해성아트베이 전시장에서 마주했던 실물 달항아리의 경건한 기억과 도록 표지 속에 담긴 아련한 빛깔은, 눈으로 보는 시각적 감상을 넘어 '우리의 마음 역시 저 달항아리처럼 탐욕을 비워내고 모난 곳 없이 넉넉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삶의 성찰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1. 돌아오는 길: 꽃시장에서 담아온 온기와 투명한 유리 화병의 화답
    해성아트베이에서의 감동적인 전시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속에 피어난 예술적 여운과 감동을 그대로 가라앉히기가 아쉬워 근처의 꽃시장에 들렀습니다. 은은하게 감돌던 갤러리의 정적과는 또 다르게, 싱그러운 풀 향기와 알록달록 저마다의 빛깔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꽃시장의 풍경은 마음을 단숨에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꽃집 사이를 느긋하게 거닐며 보는 순간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 보랏빛 리시안셔스와 동글동글 어여쁜 자주색 천일홍, 그리고 순백의 장미를 정성스레 골라 한 품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투명한 유리 화병을 꺼내어 깨끗한 물을 담고, 오늘 꽃시장에서 데려온 싱그러운 꽃 줄기들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꽂아두었습니다.

 

유리 화병 속에 비치는 맑은 물과 녹색 꽃줄기의 싱그러움, 그리고 그 위로 수줍게 피어난 보랏빛 꽃송이들이 어우러지자 집 안 전체가 청초하고 생기 넘치는 기운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달항아리 도록을 유리 화병 바로 옆에 나란히 배치해 보았습니다.

"양정꽃시장에서 데려온 싱그러운 보랏빛 리시안셔스와 자주색 천일홍, 그리고 순백의 장미를 투명한 유리 화병에 정성스레 꽂아봄.

 

달항아리가 지닌 우윳빛의 묵직하고 단아한 고미술적 미학과, 투명한 유리 화병 속 생화가 건네는 현대적이고 화사한 생명력이 경쾌한 대조를 이루며 우리 집 거실 한구석이 나만의 작고 정갈한 갤러리로 완벽하게 탈바꿈했습니다.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깊은 치유의 시간을 경험하며, 예술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명작의 감동을 품고 돌아와 나의 공간을 투명한 꽃 한 병과 정성으로 가꾸는 삶의 순간에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1. 결론: 해성아트베이가 선사해 준 잊지 못할 삶의 선물
    이번 해성아트베이 방문은 단순히 미술품을 관람하고 오는 일상적인 나들이를 넘어, 회장님과의 뜻깊은 담소, 70년 수집의 결정체가 담긴 달항아리 도록 선물, 그리고 꽃시장에서 데려온 싱그러운 꽃들과의 만남까지 이어진 잊지 못할 삶의 축복이자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도록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선대의 뜻을 이어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지켜온 숭고한 집념의 결실을 언제든 곁에서 느껴볼 수 있게 되었고, 투명한 유리 화병 속에 담긴 꽃 한 송이로 일상을 가꾸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팍팍하고 가쁜 일상 속에서 정서적 안식처가 필요하신 분들, 혹은 한국적 미(美)의 정수인 달항아리의 넉넉한 품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해성아트베이에서의 미술관 나들이를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제 공간을 따뜻하고 정갈하게 채워준 달항아리의 너그러운 미소처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일상과 마음속에도 보름달처럼 풍요롭고 포근한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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